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학생평가 기본계획」에 대해 강원교사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교육청에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교육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임을 지적하며 해당 계획을 철회할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나서서 100% 평가를 하겠다고 말을 하지 않아 섭섭하다.’, ‘한 학기만으로는 해당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알기 어려우니 1년은 해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며 「학생평가 기본계획」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천막 농성 및 1인 시위를 시작하기 전, 우리 노조는 교육청에 「학생평가 기본계획」에 대해 다시 한번 서면 질의를 보냈습니다. 이에 대한 교육청의 회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교육청은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여 교육 정책을 수립할 이유가 없다.
2. 교사는 평가에 대한 성취기준 반영 비율을 100%로 하여 평가에 대한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성실한 공무원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3. 강원교사노동조합은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국가공무원 선서의 내용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오히려 일선의 선생님들께 안내하여야 한다.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국가 및 교육청에서 설정한 교육 정책을 실제적으로 구현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사 자신의 전문성과 학생 및 학부모의 반응을 통해 교육 정책이 현장과 부합한 정책인지,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 2학기, 학생평가 기본계획에 따라 도내 모든 학급에서는 교육과정의 70%에 달하는 내용을 평가하였습니다. 그 결과 하루에 최소 1번, 많게는 2~3번씩 평가를 수행하느라 수업에 결손이 발생하거나 진도가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평가 횟수로 인하여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학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교사는 평가에 대한 채점 및 피드백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펼치는 강원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 주체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교육을 추구한다고 하였습니다. 평가계획에 따른 문제가 확연하게 드러난 지금이 바로 교육청에서 강조하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교육청에서는 국가교육과정과 교육과정편성 운영지침을 근거로 평가에 대한 성취기준 반영 비율을 100%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을 하는 교육청에서는 정작 100%는 너무 많다는 생각으로 70%로 조정한 평가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교육과정과 교육과정편성 운영지침 어디에도 성취기준을 모두 반영하여 평가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만약 그러한 내용이 있었다면 학교에서는 이전부터 모든 성취기준을 반영하여 평가를 수행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교육과정은 개정을 거듭함에 따라 대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교사를 교육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수업 및 평가에 대해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함입니다. 교육청에서 주장하는 100% 평가는 교수요목이 있던 시기의 방식으로 오늘날의 교육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교육청에서 평가가 소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려하는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기록으로 남기고 점수를 부여하는 것만이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의 개별 학습 상황을 관찰하고, 성취 수준을 파악하여 학생들의 성취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지도 및 조언을 하는 과정 역시 평가에 해당합니다.
교육청에서는 ‘미래를 여는 학교, 더 나은 강원교육’을 만들기 위한 지향점으로 상호 신뢰하는 교육을 제시하였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발휘한 학교문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교육청에서는 일선의 선생님들을 더 믿어주었으면 합니다.
강원교사노동조합은 강원도 내 선생님들을 조합원으로 한 교원노동조합으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행복한 학교, 더 나은 강원교육을 만들어가기 위한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조합에서 강원 교육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 선생님들의 권익을 위해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움직임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시간에 교육청의 의도에 따라 일선의 선생님들께 국가공무원 선서의 내용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알려라’라는 식으로 노동조합의 취지와 노사관계의 상호 대등함을 무시한 답변을 한 교육청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강원교사노동조합은 굳게 닫힌 저 본청 청사 입구와 같이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빈번한 평가로 인해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현장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사기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소통 없는 정책 강행으로 현장의 불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생평가 기본계획, 철회해 주십시오!